친한 친구가 같이 던파를 하자고 꼬드길때만 해도 소도둑은 가진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예전에 키우던 레벨 43짜리 케릭터가 있었지만, 여러 친구들의 손을 거쳐간 계정이었기 때문에 가진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남은 잔고 0골드. 인벤토리에는 무색큐브조각 하나조차 없었어요. 텅텅 빈 인벤토리, 텅텅 빈 장비창에 그저 레벨만 43인 몸뚱아리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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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둑은 믿었죠. 같이 던파하자고 꼬드기던 친구였으니, 왠만큼은 다 도와줄꺼라고 믿었어요.
"친구야, 오랜만에 할려고 하니까 하나도 모르겠다. 좀 도와줘."
-ㅂ님이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그걸로 끝이었어요. 친구는 그렇게 게임을 끄고, 다시는 들어오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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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암울한거에요. 레벨업을 할려면 장비가 있어야 하고, 장사를 할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돈도 없었고 장비도 없었어요. 도와주는 친구도 없었어요.
소도둑은 결국 노가다를 시작했어요. 정말 독하게 마음먹고 시작한 노가다였어요. 레벨 10~20짜리 던젼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몸뚱아리 굴려가며 하루 16시간씩 노가다를 했어요. 집에서 피로도를 다 쓰고나면, PC방에 찾아가서 PC방 피로도까지 쓰고 나왔어요. 그렇게 3일동안 노가다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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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일이 지났을때였어요.
-ㅂ님이 38채널에 접속하셨습니다.
3일만에 친구가 접속을 했어요! 친구는 게임에 들어와서 저를 보고 말했죠.
"뭐하는데?"
"돈이랑 장비가 아무것도 없어서... 레벨 10~20짜리 던젼에서 계속 노가다하고있다."
"...."
그리고 친구는 말이 없었어요.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말이 없었어요. 소도둑은 뭐 그러려니 했어요. 아무래도 이 친구는 소도둑을 도와줄 생각이 없어보였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30분을 조금 넘어섰을때였어요.
-ㅂ님에게서 소포가 도착하였습니다.
"자. 받아라. 이거 들고 레벨 40대 던젼에 가서 파티에 끼워달라고 빌면, 받아줄꺼야."
하는 소포와 함께, 귓말이 오는거에요. 우와! 소도둑은 정말 놀랬어요. 3일전에 도와달라고 귓말을 보냈을때 주저없이 접속을 끊었던 애가 아이템을 보내주다니요! 친구의 마음씨에 감동하며 기쁜 마음으로 소포함을 열었어요. 그리고 소포함속에는 레벨 40제 기본 장비 아이템들이 들어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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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레벨 40제 기본 장비 아이템을 얻었다고 해서 게임이 잘 풀리는건 아니었어요. 어디까지나 기본 아이템이었거든요. 아무래도 성능이 딸리다보니까 레벨 40대 던젼에서 놀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상황이었어요. 거기다 결정적으로, 소도둑에게는 무기를 수리 할 돈조차도 없었어요.
결국 소도둑은 어쩔수 없었어요. 노가다를 계속 할 수밖에요. 그나마 장비 아이템을 얻었으니, 이제는 레벨 30~40 대 던젼에서 노가다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정말 지겹고 힘든 노가다였어요. 그저 약한 몬스터를 죽이고 또 죽이고, 그러면서 좋은 아이템 하나 나오게 해달라고 속으로 간절히 빌면서, 그래도 아이템은 나오지 않았죠. 때로는 왜 하나 싶은 마음과 함께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하지만 일단 게임을 시작했는걸요. 일단은 시작했으니 열심히 해보자고, 이렇게 포기하면 너무 허무하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면서 고되고 지겨운 노가다를 계속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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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10시간은 꼭꼭 지켜가며 노가다를 했어요. 그렇게 2주일이 지나갔어요.
가진 돈 200만골드. 장비는 방어구를 제외하고 모두 레어아이템. 회복아이템 약 1000개. 거기다가 인벤토리에는 각종 재료아이템들이 수북하게 쌓여있었고, 특히 무색큐브조각은 창고에 모아둔 양이 이제 8000개를 넘어섰어요. 큰 마음먹고 캐쉬를 충전해서 코인도 50개정도 구입했어요. 친구들은 모두 소도둑을 보면서 "인간승리" 를 외쳤고, 저도 아이템이 가득한 창고와 인벤토리를 보면서 정말 뿌듯함을 느꼈어요.
이제 이쯤하면 남들처럼 게임해도 괜찮을꺼라고 생각했어요. 더 이상 노가다가 아니라,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난이도에 맞는 던젼에서 레벨업을 하고 싶었어요. 이제는 돈도 있고, 장비도 있고, 아이템도 있는걸요. 더 이상 노가다에 매달릴 이유는 없었죠. 소도둑은 레벨 40대 던젼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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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어울려서 하는 레벨업은 정말 재밌었어요. 어느덧 43이었던 레벨은 48이 되었고, 가진 돈은 이제 300만 골드를 넘어섰죠. 그렇게 레벨이 48이 되고나니 각성을 하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다른 게임에서는 흔히 2차전직이라고들 하죠? 케릭터의 직업 이름이 바뀌고, 스킬 몇개 더 배우고, 전체적으로 더 쌔지는거요.
사실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거에요. 레벨 48이 되면 모든 케릭터가 해야 하는거죠. 안 그러면 앞으로 던젼 난이도는 점점 더 어려운곳을 가야 하는데, 케릭터가 약해서 감당을 못하거든요. 특히 다른 사람들이랑 파티플레이를 할때 각성을 하지 않으면 파티에 끼워주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 했어요.
그렇게 전직을 시켜주는 NPC인 키리에게 갔어요. 그랬더니 다짜고짜 저에게 하는말이
"결투장 승점 1000점을 주세요"
정말 안 주고 싶었겠지만 어쩌겠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데. 줬죠.
그랬더니 다음 요구조건이라는게 또 있네요?
"용암굴 킹스로드를 솔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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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퍽 퍽 퍽
"아 제발요, 제발.. 타이탄 형님들아 제발요"
"닥치고 코인 써 새끼야"
퍽 퍽 퍽 퍽
으아아아악
-소도둑님이 죽었습니다.
-코인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아 씨발"
-소도둑님께서 코인을 사용하여 부활하셨습니다.
"씨발 타이탄 개새끼, 너 이판에 꼭 죽인다 아오"
"ㅇㅋ 코인 한번 더 써야지?"
퍽퍽퍽퍽
퍽퍽퍽퍽
"아 타이탄 님들아 제발, 나 이제 코인 10개밖에 안남았어요. 제발."
퍽퍽퍽퍽
퍽퍽퍽퍽
"아 제발요, 회복아이템도 500개 다 썼단말이에요. 아 제발 자비"
퍽퍽퍽퍽
으아아악
-소도둑님이 죽었습니다.
-코인을 사용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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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칠것같았지요. 가지고 있던 코인이랑 회복아이템을 거의 다 쓰고서야 겨우 깰 수 있었어요.
그래가지고 키리한테 갔더니 또 키리가 말하네요.
"최상급 경화제 100개, 강철조각 100개, 적색큐브 3개, 테라나이트 50개를 가져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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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나이트 팝니다, 테라나이트 팔아요"
"님.. 저 테라나이트 살려고 하는데, 얼마에요?"
"개당 8000골드요."
"헉"
"각성퀘스트 하시나보네요 ^^ 50개에 40만골드요 *^^*"
"....................."
"님, 철조각이랑 경화제는 필요없으세요? 부족하실텐데 *^^*"
"예;; 나름대로 사냥하면서 모은다고 모았는데, 부족하네요."
"예~예~ 개당 1000골드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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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가 되었어요.
300만골드 가까이 있던 돈이 180만골드로 변해버렸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각성을 해야 하는데.
키리가 또 말하네요.
"왕의 유적을 5번 클리어하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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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님아, 부적 아이템 챙기셨어야죠. 던젼에 안들어가지잖아요."
"부적아이템요? 그게 뭔데요?"
"아 이님 개념없네.. 부적아이템 없으면 왕의유적 못들어가는데.. 부적아이템 뭘로 만드는지는 알고 계세요?"
"아녀..;;"
"영혼의 결정 10개 들고, NPC 클론터한테 가면 부적 1개씩 만들어주거든요. 한번 들어갈때마다 1개씩 소모되니까, 넉넉하게 만들어두셔야 할꺼에요."
"저.. 영혼의 결정은 어디서 구하나요?"
"개당 8000골드에 팔께요 *^^*"
".....50개만 살께요. 5번만 클리어하면 되니까.."
"아참, 왕의유적 던젼 난이도가 댄죤 어려운거는 아시죠? ^^ 좀 넉넉하게 챙겨가서야 할텐데 *^^*"
"..........100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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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왕의 유적 깨면서 머릿속에 아무것도 생각이 안났어요.
그냥 이것만 다 깨고나면 각성퀘스트가 끝나는줄 알았죠.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을꺼에요. 코인을 20개 가까이 썼어요. 소중하게 모아뒀던 재료 아이템을 모두 빼앗겼어요. 그걸로도 부족해서 또 돈을 주고 재료아이템을 구매하다보니 이제 남은 돈도 100만골드 안팎이네요.
그리고 키리는 말했죠.
"이제 빌마르크 제국 실험장 던젼을 5번 클리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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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빌마르크 제국 실험장이 안들어가져요. 해결책 아시는분~"
"입장 퀘스트 안 깨셨네요."
"어? 입장퀘스트요? 누구한테 가서 받아요?"
"단진이라는 NPC가 퀘스트 주거든요. 퀘스트에서 흑색큐브조각 30개랑 3만골드 가져오라고 할꺼에요. 그거 가지고 가면 되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아참, 그리고 퀘스트를 깨고나면 복권같은 아이템을 한개 주거든요? 그거 뽑아서 당첨이 될때까지 해야 되요. 당첨이 안되면 제국 실험장던젼 못들어가요."
"헉. 그러면 어떻게 해요?"
"다시 단진한테 가서 흑색큐브 30개랑 3만골드 가져가면 되요. 그러면 복권 아이템 한개 더 줄꺼에요."
"......"
"어때요? 당첨 되셨어요?"
"아뇨.."
"흑색큐브조각이랑 돈은 충분히 있나요?"
"돈은 80만골드 정도 있는데... 흑색큐브조각이 없네요.."
"그래요? 흑색 큐브조각 30개당 10만골드입니다 *^^*"
"....."
"아참. 당첨이 되고나서 던젼에 입장할때도 영혼의결정이 10개 필요한거 아시죠?"
"헉"
"개당 8000골드 입니다 *^^* 빌마르크 던젼도 댄죤 어려우니까, 넉넉하게 사가시는게 좋을꺼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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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코인 수 : 0개
남은 재료 아이템 : 0개
남은 돈 : 20만 골드
소도둑은 다시 거지가 되었어요.